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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어나더)

[단간론파 어나더] 전력

범인은바로너! 2016. 5. 28. 22:03
주제: 보드게임
스포일러 주의 (+캐붕)
















 두 번째 재판이 끝났다.
 이번 재판에 올라간 사람은 마키다.
 ...그리고 살아남은 다섯 명의 생존자는 아침이 오길 기다리며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음. 이렇게 말하니 좀 그렇다.
 우리는 지금 '타뷸라의 늑대'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 마을에 숨어든 늑대를 찾는다는 설정을 가진, 쉽게 말하자면 마피아게임이다. 같이 하자고 하도 졸라대기에 한 판 같이 해주고 있는데 생각보단 재미있는 게임이다.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반응만 해주면 의심받지 않고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이번 재판의 희생자였던 마키는 계속 궁얼거리고 있다. 뭐 어쩌겠는가, 킨조의 논리에 말려버린 것을.
 늑대의 습격이 끝나고 낮이 밝았다. 이번 습격자는 야마구치. 아쉽다는 표정(아무리 봐도 습격한 늑대를 찢어발길 듯한)으로 군말 없이 자리에서 벗어난다.
 "미안해, 야마구치. 내가 널 보호했더라면 죽을 일이 없었을텐데...!"
 "아, 아니야! 오히려 나야말로 죽어서 미안해!"
 야마구치한테 고개를 숙이는 킨조. 이미 경호원이라는 역할이 까발려져서 그런지 직업병을 아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인원은 총 네 명. 지금 늑대를 밝히지 못하면 시민은 다 죽은 목숨이다.
 어차피 게임이니 죽어도 상관은 없지만.
 "...자, 그럼. 영매는 결과를 말해주겠어?"
 "마키는 선량한 시민이였다. 우리를 위해 열심히 웃어온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바로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우리였지. 자, 이제 그녀와 우리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야마구치를 위해 기도를 올리자. 아멘..."
 "저기, 우에하라. 여기에도 시간 정해진거 알지?"
 우에하라는 첫 판에선 뭐가 뭔지 몰라 우왕자왕하더니 적응된 이후부턴 여유까지 부릴 줄 알게 되었다. 첫 판에서 코바시카와를 감화시켜 늑대임을 불게 했다고 하면 믿을텐가? 키사라기가 그걸 보며 "저런 플레이 방식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을 정도다. 그가 바보인 탓이 클 거라고 생각한다.
 "봐봐! 나 시민이라고 했었지?! 늑대 아니라니까 왜 못 믿는거야!"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바보같이 말하래? 죽은 사람은 닥치고 빠져있어."
 사회자인 메카루가 마키를 뒷쪽으로 보내버린다.
 "뭐, 예상은 하고 있었어. 마키가 늑대였다면 진작에 게임이 끝났을 테니까. 결국 늑대는... 너겠군. 토모리 키즈나."
 "무섭게 풀네임 불러가면서 말해야 해? 그리고 내가 꼭 늑대라는 보장은 없잖아. 우에하라가 배신자면 어떻게 할건데?"
 옆머리를 배배 꼬아가며 말하는 토모리. 자신만만해보이는 표정으로 킨조를 마주본다. 게임이라 누그러지긴 했어도 험악한 킨조를 마주보기가 쉽진 않을텐데.
 "첫 번째 재판에서 우에하라가 코바시카와를 자백하게 했던건 기억 안 나? 그랬는데 어떻게 우에하라가 늑대겠어."
 "그러니까 그게 바로 함정이란거 아냐! 우에하라랑 코바시카와가 의심 받지 않으려고 늑대인걸 밝히는 척 하며 넘어가려 했던거라고!"
 "토모리. 넌 지금 내가 배신자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맞아. 왜? 여기서 고해성사라도 하게?"
 옆에 다가온 이라나미가 내 손에 팝콘을 덜어준다.
 "근데 그 말대로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뭐가."
 "내가 잘못 생각한 걸수도 있지만, 키즈나. 너는 왜 우에하라가 배신자라고 생각하는거지?"
 "그야 물론 코바시카와가 늑대라고 밝혔으니까..."
 토모리는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마 자신이 한 사소한 말실수를 깨달은 모양이지.
 "가, 감이야! 그냥 감. 여자의 감이라고나 할까~? 너무 그렇게 몰지 말아줘, 아야메쨩♥"
 "배신자는 늑대 진영에 포함된다는걸 알고 있지? 게다가 이번 판에서는 늑대가 두 명이야. 네 주장대로라면 코바시카와와 마키가 늑대라는 소리인데, 그러면 바로 게임이 끝났었겠지.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할까봐 말을 아끼고 있었는데 대신 말해줘서 고마워, 하타노."
 "후후. 같은 시민으로써 도와주는건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메카루가 종을 친다. 시간이 다 지났다는 의미다. 시민 편이었던 아이들은 이겼다며 설레발을 치고 있다.
 "뭐, 굳이 투표 안 해도 되지? 이미 답은 나온 모양이니까."
 그녀의 말대로 이번 처형인은 토모리였다. 그리고 이번 판은 시민의 승리였을 거다.
 원래대로라면.
 "쥐인간 승리."
 "......엥?"
 "내가 두 번째 판부터 쥐인간 넣는다고 말했을텐데. 어떻게 아무도 쥐인간을 눈곱만큼도 안 찾을 수가 있어?"
 그 말대로. 쥐인간 역할이 걸린 나는 혹시 예언자한테 걸릴까, 아니면 의심받게 될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쥐인간을 찾지 않았다. 선량한 시민인줄 알고 웃던 그 모습이란.
 나는 내 역할카드를 뒤집었고, 아이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번 판에는 이길줄 알았는데!"
 첫 게임에서는 늑대의 승리였지. 다음 게임엔 시민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려버렸다. 어차피 다 이길텐데 계속 해봤자 시간낭비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반 열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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